◼ 체포 지시조 폭로한 홍장원, 내란주요종사임무로 입건
◼ 尹석열 정부 국정원 직원들의 조직적인 홍장원 죽이기
◼ ‘CIA에 계엄 옹호하는 전달 과정 홍차장 개입설’ 흘려
◼ 조태용 라인 30여명, 특검에서 홍장원 계엄 관여 진술
3대 특검 이후 남은 의혹을 수사하는 권창영 2차 종합 특별검사팀이 비상계엄 당시 국가정보원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책임자를 불러 계엄 취지를 설명한 정황과 관련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홍 전 차장은 2024년 12‧3비상계엄 당시 윤석열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일부 인사들에 대한 체포조를 운영하라는 지시를 폭로한 인물로 윤석열의 내란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진술을 한 내부고발자다. 한 때 구국의 영웅으로까지 불렸던 그가 느닷없이 내란주요종사임무 혐의로 특검팀의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작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특검팀은 20일 설명자료를 통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지시에 따라 1차장 산하 해외담당 부서는 주한 미국CIA책임자를 국정원으로 불러 문건의 취지대로 설명한 바 있으며 홍 전 차장은 이 모든 과정을 보고받고 재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홍 전 차장은 “국정원장이 직접 담당자에게 지시한 사항을 차장이 재가할 수 없다”라며 “관련된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검 내부에서는 이번 홍 전 차장에 대한 수사가 윤석열 국정원 직원들의 조직적인 음해와 여권 내 권력 구도와 맞물린 결과란 의혹도 나오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팀은 본국 시간으로 20일, 지난달 국정원을 압수 수색하면서 12·3계엄을 해외에 설명하는 내용의 ‘대외 설명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 문건을 비상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4일 오전 국가안보실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국가안보실이 ‘우방 국가에 비상계엄의 배경을 설명하라’는 요청도 함께 전했다는 게 특검의 설명이다. 특검은 이후 국정원이 ‘카운터파트’인 CIA에 계엄을 옹호하는 설명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이 과정에 홍장원 전 국정원1차장이 개입했다는 게 특검의 의심이다. 특검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홍 전 차장 산하 해외 담당 부서가 이를 영문으로 번역했다”며 “이후 주한 미국 CIA책임자를 국정원으로 불러 문건의 취지대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은 이 모든 과정을 보고받고 재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홍 전 차장은 “만약(특검팀이)그렇게 알고 있다면 누군가 거짓 진술을 하는 것”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조 전 원장이나 안보실에 있는 누구로부터도 미국 측이나 CIA측에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제가 CIA에 뭘 전달하라고 한 적도 없고, 밑에서 CIA에 뭘 전달하겠다거나 누가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란에 관여하려고 했으면 대통령이 전화해서 직접 지시까지 했는데 그 지시에 따르지 굳이 CIA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제가 누군가에게 CIA에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했다면 그 지시를 받은 사람을 찾으면 될 일”이라고 항변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음해?
하지만 홍 전 차장이 계엄의 정당성을 CIA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12월 4일 이미 조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을 경질한 날이기 때문이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당일 12월 3일 오후 11시 30분께 국정원 정무직 회의가 열린 뒤, 별도로 조 전 원장을 찾아가 ‘방첩사가 이재명, 한동훈을 잡으러 다닙니다’라며 ‘원장님 최소한의 지침과 방향은 주셔야죠’라고 말했지만 조 전 원장이 화를 내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조 전 원장은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12월 4일 상황에 대해 “오전 9시경 정무직 회의를 했고 그 회의에서 계엄이 해제된 사실을 공유하고 해야 할 일들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홍 전 차장이 찾아와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대표에게 전화를 하시죠’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정치적 중립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이튿날 윤 전 대통령에게 교체를 건의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건의가 이뤄진 당일 경질 통보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홍 전 차장이 CIA에게 계엄 정황을 전달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 국정원 직원들이 홍장원 전 차장에 대해 음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직후 윤석열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국회와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증언했던 핵심 인물이다. 전 정부 인사들 입장에서 보면 홍 전 차장은 배신자나 다름 없다. 현재 특검은 30여 명이 넘는 국정원 직원들을 소환해 12월3일과 4일 국정원의 계엄 가담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데, 대부분 전 정부 때 요직에 있던 인사들, 대부분 조태용 전 원장 라인으로 알려져 있다.
홍장원 라인의 반격
이들은 홍 전 차장이 같은 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의원과 공모해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계엄 상황에서 ‘홍장원 쪽지’를 언론에 공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홍 전 국정원 1차장이 계엄 직후인 12월 6일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면담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주요 정치인 등의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는데, 이 자리에 배석한 김 의원이 이를 언론에 알렸다. 그렇다면 왜 조태용 라인이 홍 전 차장에 대해 음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특검 내부에서 나오는 것일까. 갈등의 출발점은 12월 3일 밤 윤석열이 홍 전 차장에게 직접 건 전화다. 홍 전 차장은 일관되게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라’라고 말씀하셨다”고 진술해 왔다.
이어 육사 후배인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이재명·한동훈·우원식 등 14명의 체포 대상 명단을 통보받았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증언이다. 문제는 조 전 원장의 입장이 정반대였다는 점이다. 조 전 원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홍 전 차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보고했지만 정치인 체포 이야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즉, 같은 보고를 두고 한쪽은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 다른 한쪽은 “그런 지시는 없었다”고 말한 것이다. 둘 중 하나는 거짓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어느 쪽이 사실이냐에 따라 윤석열의 내란 혐의 핵심 고리가 풀리거나 끊긴다. 두 사람이 끝까지 같은 자리에 설 수 없게 된 일차적 이유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사사건건 부딪쳤다. 홍 전 차장의 경질 사유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설명은 또 갈렸다. 조 전 원장은 “4일 오후에 1차장이 ‘안보가 중요한데 초당적 단합이 중요하니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서 설명하는 게 어떠냐’고 얘기했고, 그건 정치적 중립에 어긋나므로 할 수 없어 5일에 대통령에게 교체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경질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되, 사유를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규정한 것이다. 반면 홍 전 차장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그는 “5일 오전 신뢰할 만한 소스로부터 용산 민정수석실에서 격노해 ‘홍장원을 때려죽이겠다’라고 말했다는 얘길 들었다”며 “조태용 원장이 5일 오후 4시 저를 불러 대통령의 뜻이라며 경질 통보를 하면서, 경질 사유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할 때부터 짜인 각본 같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미운털이 박혔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여기에 더 묘한 장면이 하나 더 있다. 홍 전 차장은 “6일 10시에 차장 이임식을 마쳤는데, 원장이 불러 찾아가니 차장들이 모두 모여있었고 그 자리에서 조태용 원장이 ‘사직서를 반려하고 예전과 같이 근무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하루 만에 사직서를 받았다가 다시 반려한 셈인데, 정확히 그 시점은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가 임박한 때였다. 홍 전 차장 관점에서 이 장면은 ‘입을 막기 위한 시도’로 읽혔을 가능성이 크다.
홍장원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
조 전 원장은 이후 헌법재판소 증언대에서 홍 전 차장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갔다. 조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해당 메모가 총 네 번 작성됐고, CCTV확인 결과 홍 전 차장은 메모를 작성했다고 알려진 12월 3일 오후 11시 6분쯤 공관이 아닌 청사 사무실에 있었다며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은 이를 인격 모독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조 원장이 생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메모지를 공개했고, “메신저를 공격해서 증거 능력을 없애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체포 대상자 명단 관련해서 진술들의 최종점이 윤석열하고 연결되는 유일한 접점이기 때문에 홍장원이 죽어야 산다고 하는 생각으로 저에 대해서 집중포화를 가하고 있구나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증언이 윤석열과 직접 연결되는 ‘유일한 고리’이기에 표적이 됐다는 인식이다. 이런 인식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한쪽이 다른 쪽의 진술 신빙성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사실상 법정 적대관계로 굳어졌다. 이런 여러가지 정황들은 결국 홍장원 전 차장을 거짓말쟁이 그리고 계엄 관여자로 몰고가 신빙성을 흔들려는 의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